
은퇴하면 돈이 덜 들 거라는 착각
은퇴까지 10년, 매주 한 걸음 ②
지난주에 세 줄을 적어보셨다면, 부족액이 생각보다 크게 나왔을 것입니다.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하십니다. "은퇴하면 지금처럼 쓰지는 않겠지" 하면서 생활비를 슬쩍 낮춰 잡는 것입니다.
지난주에 세 줄을 적어보셨다면, 부족액이 생각보다 크게 나왔을 것입니다.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하십니다. “은퇴하면 지금처럼 쓰지는 않겠지” 하면서 생활비를 슬쩍 낮춰 잡는 것입니다.
마음은 한결 편해집니다. 그런데 바로 그 순간부터 계획 전체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. 은퇴 준비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, 저는 준비를 안 하는 것보다 지출을 낮춰 잡는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. 준비를 안 한 분은 본인이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이라도 알고 계십니다. 낮춰 잡으신 분은 준비가 됐다고 믿고 계십니다.
은퇴 후 지출에 대해 현장에서 본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.
1. 사라지는 지출보다 새로 생기는 지출이 큽니다
은퇴하면 분명히 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. 출퇴근 기름값, 직장에서 입던 옷값, 매일 사 먹던 점심값, 그리고 매달 나가던 은퇴 저축이 멈춥니다. 여기까지만 보면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이 맞습니다.
그런데 새로 생기는 것이 있습니다. 시간이 많아지면 돈 쓸 일도 많아집니다. 미뤄뒀던 여행, 손주들 용돈, 오래 미뤄온 집수리, 새로 시작하는 취미. 은퇴 첫 몇 년의 지출이 오히려 직장 다닐 때보다 늘어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봅니다.
은퇴 직후가 몸도 아직 건강하고 하고 싶은 것도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. 30년 일하고 이제 좀 누리시겠다는데 그걸 말릴 수는 없습니다. 다만 계획에는 넣어두셔야 합니다.
여기에 자녀 결혼이나 부모님 병간호처럼 미리 잡아두기 어려운 큰 지출이 겹치기도 합니다. 한인 가정에서는 이런 일이 유독 자주 생깁니다.
2. 가장 큰 변수는 건강보험료입니다
65세가 되면 메디케어가 시작됩니다. 문제는 그 이전입니다. 62세나 63세에 은퇴하시면 메디케어까지 2년에서 3년의 공백이 생기고, 그동안 건강보험료를 온전히 본인이 부담하셔야 합니다. 직장에서 회사가 절반 넘게 내주던 바로 그 보험료의 전액입니다.
이 몇 년의 부담을 계산에 넣지 않으셨다가 은퇴 시기를 다시 미루시는 분들을 해마다 봅니다. 조기 은퇴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이 항목만큼은 반드시 따로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.
65세가 지나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. 메디케어에도 매달 내는 보험료가 있고 본인 부담이 있습니다. 치과와 안과처럼 기본 메디케어가 다루지 않는 영역도 있습니다. 이 부분은 연재 후반에 따로 한 회를 잡아 자세히 다루겠습니다.
3. 물가는 조용히, 그러나 확실하게 오릅니다
은퇴 준비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항목입니다. 지금 2천 달러로 하시는 생활을 20년 뒤에도 그대로 하시려면 훨씬 더 큰 돈이 필요합니다.
소셜시큐리티에는 그래도 물가 조정이 붙습니다. 그런데 내 저축에서 꺼내 쓰는 돈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. 은퇴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20년, 30년짜리 계획입니다. 그 긴 시간 동안 물가는 한 번도 쉬지 않습니다.
예를 들어 물가가 매년 3퍼센트씩만 올라도 20년 뒤에는 지금 100달러로 사던 것을 180달러 넘게 주고 사야 합니다. 은퇴 첫해에 세운 계획이 20년 뒤에도 그대로 통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.
[플러스 팁] 어느 쪽이 나은 실수입니까
지출을 낮춰 잡으면 당장은 안심이 됩니다. 그러나 그 안심의 대가는 은퇴 10년 차에 치르게 됩니다. 그때는 다시 일하러 나가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렵습니다.
반대로 넉넉히 잡아 준비하셨는데 실제로는 덜 쓰게 되셨다고 해봅시다. 그 돈은 그대로 남습니다. 여행을 더 다니셔도 되고 자녀와 손주에게 물려주셔도 됩니다. 어느 쪽이 나은 실수인지는 분명합니다.
마치며
은퇴 후 생활비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항목이 바뀌는 것입니다. 한쪽에서 빠지고 다른 쪽에서 채워집니다. 그리고 채워지는 쪽이 대체로 더 큽니다.
지난주에 적으신 부족액을 다시 꺼내 보십시오. 낮춰 잡고 싶은 마음이 드셨다면, 오히려 조금 올려 잡으시기 바랍니다. 다음 주에는 그 부족액을 메울 재료, 즉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한 장에 모아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