은퇴는 나이가 아니라 '숫자'로 옵니다
은퇴까지 10년, 매주 한 걸음 ①
상담을 하다 보면 50대 후반 분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. "얼마나 있어야 은퇴할 수 있나요?" 그런데 뒤따라 오는 말씀이 늘 비슷합니다. "남들은 백만 불은 있어야 한다던데요."
상담을 하다 보면 50대 후반 분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. “얼마나 있어야 은퇴할 수 있나요?” 그런데 뒤따라 오는 말씀이 늘 비슷합니다. “남들은 백만 불은 있어야 한다던데요.”
저는 그럴 때 되묻습니다. 그 백만 불은 누구의 숫자입니까. 집을 다 갚고 자녀가 독립한 분과, 아직 모기지가 남아 있고 자녀 학비가 남은 분의 숫자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. 남의 숫자를 목표로 삼으면 준비는 시작되지 않습니다. 너무 커 보여서 포기하게 되거나, 다 모으고도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입니다.
은퇴는 예순다섯이 되면 자동으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. 매달 들어올 돈이 매달 나갈 돈을 감당하게 되는 순간에 옵니다. 그래서 은퇴는 나이가 아니라 숫자로 옵니다. 오늘은 그 숫자를 직접 잡아보겠습니다. 종이 한 장과 펜이면 충분합니다.
1. 지금 한 달에 얼마를 쓰고 계십니까
가장 먼저 적을 것은 지금의 한 달 생활비입니다. 은퇴 후 예상 금액이 아니라 현재 실제로 나가는 돈입니다. 모기지나 렌트, 자동차, 각종 보험료, 식비, 공과금, 그리고 매달 카드로 빠져나가는 잡다한 것들까지 포함하십시오.
많은 분이 이 첫 단계에서 이미 놀라십니다.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금액과 통장에서 실제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입니다.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. 지난 석 달 카드 명세서와 은행 기록만 훑어보셔도 대략의 그림이 나옵니다.
그리고 이 금액은 은퇴한다고 해서 크게 줄지 않습니다. 오히려 항목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, 이 이야기는 다음 주에 따로 다루겠습니다.
2. 은퇴하면 그중 얼마가 저절로 들어옵니까
다음 줄에는 은퇴 후 가만히 있어도 매달 들어올 돈을 적습니다. 대부분의 경우 소셜시큐리티가 전부입니다. 예상 금액은 ssa.gov에서 계정을 만드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 아직 한 번도 확인해 보지 않으셨다면, 이번 주에 이것 하나만 하셔도 큰 진전입니다.
회사 펜션이 있으시거나 이미 연금 플랜을 갖고 계시다면 그 금액도 함께 적으십시오. 부부시라면 두 분 것을 각각 확인하셔야 합니다. 배우자 혜택과 유족 혜택은 계산이 또 달라져서, 이 부분은 따로 한 회를 잡아 다룰 예정입니다.
3. 그 차액이 바로 당신의 숫자입니다
이제 1번에서 2번을 빼십시오. 남는 금액이 매달 내 저축에서 꺼내 써야 하는 돈입니다. 저는 이것을 ’부족액’이라고 부릅니다. 앞으로 이 연재 내내 계속 나올 단어입니다.
예를 들어 한 달 생활비가 5천 달러이고 소셜시큐리티가 3천 달러라면 부족액은 2천 달러입니다. 이 2천 달러를 어디서 만들어낼 것인가. 은퇴 준비란 결국 이 질문 하나에 답해 가는 과정입니다.
이 숫자는 한 번 잡아두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. 자녀가 독립하거나 모기지를 다 갚으시면 부족액은 줄어듭니다. 반대로 의료비가 늘면 커집니다. 일 년에 한 번씩만 다시 계산해 보셔도 충분합니다.
[플러스 팁] 한 달이 아니라 25년으로 보십시오
부족액 2천 달러는 그럭저럭 감당할 만해 보입니다. 그런데 1년이면 2만 4천 달러이고, 예순다섯에 은퇴해 아흔까지 사신다면 25년입니다. 단순히 곱해도 60만 달러입니다. 물가가 오르는 것까지 넣으면 그보다 더 필요합니다.
숫자가 크게 느껴지신다면 정상입니다. 다만 이 금액을 전부 저축에서 꺼내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. 매달 평생 나오는 인컴을 만들어 두면 부족액 자체가 줄어들거나 사라집니다. 그 방법은 이 연재 중반에서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.
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. 모아둔 돈에서 꺼내 쓰는 방식은 오래 사실수록 불리해집니다. 아흔다섯까지 사시면 30년입니다. 오래 사는 것이 위험이 되어버리는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은퇴 설계의 진짜 목표입니다.
마치며
은퇴가 막막한 이유는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, 목표가 숫자로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. 막막함은 모를 때 생깁니다. 숫자가 나오는 순간부터는 막막함이 아니라 계획입니다.
이번 주에는 딱 세 줄만 적어보십시오. 생활비, 소셜시큐리티, 그리고 그 차액. 다음 주에는 그 생활비가 은퇴 후에 왜 줄지 않는지, 오히려 늘어나는 항목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.